살면서 내가 집이불편할때 라는 주제로 검색을 해보거나 방법을 찾게 될꺼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왜냐면 저는 집이 너무나 편한 ‘집순이’ 고 집에 있어야 에너지가 충전되는 사람이라 프리랜서로 집에서 일하면서 육아하는게 아이가 태어난 후의 일상으로 자리 잡을줄 알았는데 아니였습니다.집이 불편할때 집에 있는게 답답할때 해결방법을 찾다가 조금이라도 숨통이 트이게 된 이야기 해봅니다.
남편의 이직 그리고 빠른퇴근
본격적으로 집이 정말 불편하다 라고 느끼게 된건 남편의 이직과 빠른 퇴근인것 같아요. 남편이 이직을 하면서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게 되면서 그동안은 저녁 9시가 넘어 아이가 자고 난 후에 집에 왔던 남편이 이제는 오후 4시쯤 퇴근해서 오게 되었어요. 이 변화가 처음에는 굉장히 반가웠고 아이가 유치원에서 하원하면 놀이터에 꼭 들러서 친구들과 노는데 남편이 아이와 놀이터에 있는 동안 저는 저녁밥 준비를 할 수 있는 점이 좋았고 드디어 혼자서 오롯이 감당하던 하원 후 육아를 드디어 조금 나눌 수 있겠다는 반가움이 있었어요. 저녁을 같이 먹을 수 있는 것도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제가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더 힘들더라고요.
피로감과 어긋난 리듬
남편이 일찍 퇴근하면 분명 도움이 될꺼 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현실은 다르더라고요. 아이는 아빠가 오면 흥분해서 더 들뜨고 아빠에게 무리한 요구를 한다거나 그동안 아이와 저 사이에 정해둔 리듬과 흐름이 다 깨져버리는듯한 느낌이 들었고 셋이 있는데 둘이 있었을때보다 평화롭지 못한 상황이 자주 생겼습니다. 그렇다고 방에 들어가서 제가 쉬거나 할일을 해도 아이와 아빠의 말 소리가 그대로 저에게 들리고 함께있는 듯 해서 쉬어도 쉬는것 같지 않더라고요.
집이 답답해
내가 가장 편안했던 공간인 집이 어느순간 답답하게 느껴지고 숨이 막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원래 집은 쉬는 공간 이였는데 집이 더 이상 편안하지 않게 느껴지면서 나는 이제 어디로 가지? 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집에 있을때 조금만 소음이 나도 예민해지고 집이 쉼터가 아니게 되니 억울한 마음이 치밀었고 저 스스로 왜 이렇게 피곤한지 , 예민한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가족이 저녁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좋은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마음은 자꾸만 무거워졌고 제 일상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어서 저만의 시간을 꼭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도서관에가다
저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처음엔 목적도 없이 그저 가방 하나 들고 나섰고요 조용하고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는 공간이 도서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도서관.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겠다는 생각 없이 그냥 조용히 앉아서 주위를 둘러봤어요.생각했던것 보다 그 시간이 너무나 좋았습니다.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되고 누구도 말 하지 않는 공간. 좋더라고요.그리고 도서관이 너무나 깨끗하고 최신식으로 잘 되어있더군요.
그 이후로 결심하고 일주일에 2-3일은 도서관에 갑니다. 회복의 시간이예요.
요즘 도서관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은 학창시절에 공부하러갔던 그 느낌과는 확연히 다르더라고요. 도서관은 저에게 조용한 공간 그리고 휴식을 제공해주는 곳 이 되었고 그 시간을 통해 저는 엄마도 아내도 아닌 나 자신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잠시의 거리두기를 통해 감정적으로 숨통이 트이니 집에 돌아왔을때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고 아이와 남편에게도 훨씬 너그러워 지더라고요. 전보다 여유 있는 눈으로 가족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운동부족
집 근처 도서관에 가면서 약 10분정도 걷는데 걸으면서 심장이 뛰고 더워지는 느낌이 너무 좋더라고요. 조금 걷는 거리를 자가용으로 갈까 했던 저 자신을 반성하게 되요. 다행히도 주차자리가 많이 없어서 도서관 갈때는 앞으로도 쭉 걸어서 갈 예정이예요.
내가 먼저 건강해야 가족도 건강하게 돌볼 수 있다는 것 그걸 이번에 확실하게 느꼈습니다.
집이 불편하다고 느껴져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 중에서도 집이 예전처럼 편하지 않게 느껴진다면 그건 결코 이상한 감정이 아니예요. 상황이 빠뀌면 생활 리듬이 바뀌고 그에 따라 감정도 자연스럽게 흔들릴 수 있어요. 그럴때 중요한건 나만의 회복 루틴을 찾는게 중요합니다. 저에게는 그게 도서관이였지만 누군가에게는 카페 , 조용한 산책길 , 혼밥시간이 될 수 있을꺼라 생각합니다.
잠깐이라도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만드는 것. 그리고 이 시간이 모여 가족을 , 집을 , 나의 일상을 따뜻하게 바라볼 여유가 생긴다는걸 기억하세요.
집이 완전하게 편해졌다고 할 순 없지만 이제는 내가 힘들때 갈수 있는 공간을 확보 해 놓은것만으로도 위로 받는 느낌입니다. 어떻게 나를 회복시킬수 있는지 조금씩 배워나가려 합니다.
오늘도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